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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따뜻한 공무원이 되기까지~
소방 노량진소방학원 | | 2020-07-10| 조회수 2239
Interview-가슴 따뜻한 공무원이 되기까지… “가족은 나의 힘”



2010년 국가직 9급 교정직 최종합격자 남진우(1969년生)씨 인터뷰





“수험생활의 원동력은 늘 곁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은 가족이었습니다.”



 



올해 국가직 9급 교정직에 최종합격한 남진우(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씨의 올해 나이는 42세. 보험회사 사고처리반에서 8년 여 넘게 근무하면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선 그가 교정직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회사에서 사라져가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얼마나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과 함께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그의 바람이 수험생활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특히 일하는 아내를 위해서나 자식들을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공무원만한 직업이 없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고.



 



수험생활로 들어서는 길은 힘들었다. 13살, 7살 두 아들을 보살피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맞벌이하는 아내에게만 경제적인 책임을 전가해야 한다는 사실에 자존심도 많이 상했단다. ‘딱 3년만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어렵게 말을 꺼냈을 때 의외로 아내는 ‘열심히 해보라’며 그 누구보다 남씨를 격려해주었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남진우 씨.



그래서 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단다. 아내와 약속한 3년은 넘겼지만 늦게나마 이렇게 합격하게 돼 너무나 기쁘다는 그는, 합격자 가운데 9등을 할 정도로 필기성적이 우수했다고 자랑했다. 늦은 나이에 야심찬 꿈을 이룬 남씨. 그의 수험생활을 들여다봤다.



 



■ 교정직 공무원을 꿈꾸며



남씨는 응시 상한연령이 폐지되기 이전에 시험을 준비했다. 2006년 수험 생활을 시작할 당시 38세였지만 군복무 기간을 더해 응시가 가능했던 것. 더 이상 시험을 볼 수 없을 때까지를 데드라인으로 잡고 공무원이 되겠다고 작정한 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직렬을 찾는 것이었다. 남들이 도전하니까 혹은 근무 여건이 좋아 보여서가 아닌, 자신의 적성에 가장 알맞은 자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가장 알맞은 직렬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합격수기를 열심히 읽었고 수험카페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런 정보를 수집한 끝에 교정시설에서 수용자를 계도하고 보살피는 교정직이 ‘저에게 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부터 남씨는 출근하는 아내를 배웅하고 막내아들을 유치원에 보낸 뒤 집 근처 도서관으로 향했다. 흔히 수험가의 메카라고 알려진 노량진에서 강의를 듣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동영상 강의를 보면서 독학으로 공부했고,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 가사일도 병행했다.



 



“아침일과를 모두 마치고 도서관에 도착하면 국어 1시간, 영어 1시간, 이외의 과목은 두 시간씩 스톱워치를 이용해 하루 8시간 꼬박 공부했습니다. 물론 막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거나 큰아들이 학교를 마치고 오는 시간에는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거들었지만 공부 시간만은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 과목별 공부, 변화하는 유형에 대처



“지난해 7급 시험에도 응시했는데, 한국사에서 과락을 받았습니다. 어느 정도 합격권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충격이었죠. 그래서 올해도 한국사가 어렵지 않을까 내심 걱정스러워 고시 수준의 문제도 많이 풀고 근현대사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국어는 요즘 추세에 맞춰 수능형 문제를 많이 풀었고, 영어는 어휘, 숙어, 독해가 어려워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남씨는 자신처럼 늦은 나이에 혹은 혼자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교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합격수기나 수험카페에 있는 정보들을 무작정 흡수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교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영상 강의도 샘플강의 등을 이용해 미리 들어보고 학원 사이트나 강사의 홈페이지 등에 제공된 자료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수험생활, 위기의 순간



그렇게 시작했던 수험생활은 3년이 훌쩍 지나 응시 상한연령이 폐지된 2009년까지 이어졌다. 교정직 시험에 체력검사가 도입된 첫 해였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모의고사를 풀어보면 필기 성적도 합격권에 항상 가깝게 나왔고 40이 넘은 나이지만 체력도 자신 있었다.



 



포기하지 않았던 남씨는 결국 지난해 9급 교정직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체력검사에 임했다. 악력, 윗몸일으키기, 10m 2회 왕복달리기, 20m 왕복 오래달리기 등 어느 하나 쉬운 종목이 없었지만 아파트 단지 내 헬스클럽에서 틈 날 때마다 30분씩 했던 운동이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20m 왕복 오래달리기에서 일이 터졌다. 출발선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부정출발을 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주춤한 사이, 다른 수험생들은 총알같이 스타트 선을 박차고 튀어나간 것이다. 올해는 꼭 합격할 것이라는 남씨의 기대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 때가 수험생활 중 가장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저를 아버지는 무섭게 질책하셨습니다. 사실 아버지의 꾸짖음보다 더 괴로운 건 긴 시간 수험생활을 지원해준 아내를 볼 면목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남 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여태껏 응원해준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 그만 둘 수 없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제복 입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1년만 더 해보겠다고 말했을 때 흔쾌히 기회를 준 아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합격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 두 번 실수는 없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다시 도전한 올해 남씨는 또 체력검사에서 발목이 잡힐 뻔 했다.



“20m 왕복 오래달리기를 하는데 이번에는 운동화 끈이 풀리는 거예요. 뛰는 중간 멈춰서서 추스를 수도 없는 상황이라 뛰면서, 끈이 풀린 운동화 한 짝을 옆차기 비슷하게 벗어 던지고 맨발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체력검사를 무사히 통과했고요. 이 때 ‘합격하겠구나’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관운(官運)이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서 블라인드 면접이라고 하지만 나이를 짐작케 하는 외모 때문에 불이익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잘라 말했다.



 



“봉사활동과 관련한 질문에 대답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살아온 삶과 연관 짓게 되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부분들이 마이너스되기보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성실하게 살아온 부분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 수험생활은 자신과의 싸움



늘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의 남씨지만 혼자서 버티는 수험생활은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만 집중한다면 젊은 수험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혼자 공부하면 뒤처지지 않을까라는 심리적 불안감은 사라지고 오직 자신과의 싸움만이 남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처럼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수험생들은 가정이 있으니까, 경제적인 이유로 하고 싶어도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직접 발로 뛰면서 부딪쳐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수험생들의 경우 ‘일반 기업에 취업이 어려우니까’, ‘안정적이니까’ 무조건 도전하기보다 자신의 적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실한 동기부여 없이 공부하면, 2~3년 생각보다 금방입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또 한 두 번 치러서 합격권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냉정함도 젊은 수험생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 가슴 따뜻한 교정직 공무원이 될 것



남씨는 임용 전까지 한자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합격했다고 들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 싫어서라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올까 생각도 했지만 일하는 아내가 시간을 내기 어려워 그것은 잠시 미뤄두었습니다. 대신 임용 전까지 자격증 공부에 열중하며 공무원으로서의 각오를 다질 계획입니다.”



 



얼마 전 한 방송사 뉴스 인터뷰에 늦깎이 합격자로 얼굴을 비친 그에게 친구들은 ‘무슨 사고를 쳤냐’라고 농담을 건네며 한껏 축하해 주었다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남씨는 교정직 공무원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의사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라면 교정직 공무원은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 가슴 따뜻한 교정직 공무원이 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단 원칙과 소신에 어긋나지 않는 그런 공무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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